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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다면 - 직장이 아니라 직업

April 05, 2017

‘나와 같다면’ 시리즈 소개

‘그대여 나와 같다면 내 마음과 똑같다면 그냥 나에게 오면 돼’ 김연우씨가 불러서 더 유명한 노래 ‘나와 같다면’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저는 이 노래의 제목을 제 가치관을 나누는 시리즈의 제목으로 쓰려고 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저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가치관이 담긴 글이다 보니 다른 글보다 조금 더 편하게 때론 더 단호하게 써내려갈 생각입니다.


직장이 아니라 직업

나의 선택

나는 직장이 아닌 직업을 선택했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특정 직장(기업)이 아닌 업계를 선택했다. IT업계와 스타트업계가 그것이다. 나는 개발자로서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스타트업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스타트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대학 졸업은 앞둔 나는 개발이 하고 싶었다.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하고 싶었다. 내가 작성한 코드로 돌아가는 서비스를 만들었들 때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고,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사회생활의 시작을 준비하면서 이 길을 선택했다.

새로운 시대

우리 세대는 이제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다. 평생 나를 먹여 살려줄 회사는 없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이라면 안정적인 공기업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한동안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바로 4차 산업의 시대다. 정치권에서도 4차 산업 시대를 운운한다. 어떤 시대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과 일의 개념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은 더 이상 반복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그러한 일을 사람에게 맡기는 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선택하면 안전하단 말인가? 사실 또 그렇다고 말하긴 좀 어렵지만 그래도 직장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낫다. 직장을 선택하는 것과 직업을 선택하는 것의 차이는 주도성에 있기 때문이다.

주도성과 창의력

직업을 선택하는 행위는 직장을 선택하는 행위보다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주도성 혹은 주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자주적인 선택 능력이 더 필요하다. 직장은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 팀 혹은 집단의 집합인데 직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러한 집합을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특정 직장에 들어가길 원한다는 것은 그들이 하는 일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맡겨지더라도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결국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선택을 포기한 것이다. 반면 직업은 어떤 일 자체를 의미한다.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일을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의 선택보다 훨씬 주체적이고 구체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직장과 직업을 선택하는 차이가 주도성에 있는데, 그 주도성이 왜 중요하고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다시 4차 산업 시대를 이야기로 돌아가야 한다. 반복되는 작업은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기계가 아직 학습하지 못한 형태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형태의,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는 능력,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는 능력이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주도적으로 선택한 일에서 나온다. 주도적으로 일을 선택한 사람만이 일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선택할 수도 없는 직장에 간다면 우리는 주도성을 잃어갈 것이고 이는 선택하는 능력, 창의력을 잃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는 학교 생활을 통해서 창의력을 잃었다고 말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더 이상 창의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주도성으로부터 나오는 창의력만이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를 살아남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業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 업계.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업계를 선택하는 것이다. 업계는 직장보다 더 넓은 세계다. 이곳은 더 자유롭다. 그리고 더 안전하다. 업계가 직장보다 더 넓은 세계라는 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직장은 특정 집단의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지만 업계는 같은 유형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다양한 기업에 일하는 사람들의 총합에서 같은 유형의 일을 하는 사람을 모아둔 것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있으며 다양한 국가의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넓은 장소일수록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자유로워지는 것처럼 이처럼 넓은 세계에서는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 일례로 이직에 관한 사례들을 들어봐도 그렇다. 듣자 하니 실리콘밸리에서는 능력이 된다면 더 자주 이직한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이직하더라도 그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직과 함께 연봉도 오른다고 한다.) 심지어는 이처럼 능력 있는 이직꾼(?)들은 특정 회사에 소속되려 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자유를 누리면서 일한다. 바로 디지털 노마드다.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이 된다면 어디서든 일한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그들이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유롭지만 또한 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이 아닌 직업을 선택하기에 가장 두려운 부분이 바로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면 때론 일이 고달프더라도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더라도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어느 누구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없다. 우리는 그나마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업계에 들어오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이유는 그 세계가 넓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도돌이표 같은 소리인가. 잘 생각해보자. 더 넓은 세계에서는 또 다른 장소로의 이동이 자유롭다. 자유롭다는 것은 제약이 적다는 것이다. 이동(이직)의 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다. 평생직장이 없기에 우리는 잦은 이직을 경험해야 하고 또한 선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넓은 세계, 이동이 용이한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통의 길

사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고통의 길이다. 앞서 말한 창의력으로 새로운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과 이직의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선 고통이 따른다. 단순히 직장이 아닌 직업을 선택했다고 곧장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업계에서 쓰일만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이 재미있고 보람찰 때도 있겠지만 때론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고통도 없이 애써볼 시간도 없이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나와 같다면

사회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는 길, 그 길은 갈림길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인의 길과 불안정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직업인의 길이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