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은의 블로그

팩션 - 면접

2022.06.18.

"서평을 쓰시네요?"

맥북 모니터에서 내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내 블로그를 보고 나온 질문이었다.

"네, 책 읽은 걸 가끔 기록해보고 있어요. 그리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며 답했다. 면접관은 시선을 프린트된 이력서로 옮기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력서에 적어둔 내용을 역순으로 읽어가며 질문을 받고 있다. 이번처럼 꼼꼼하게 내 이력을 들여다보는 면접관은 처음이다. 시작할 땐 부담스러울까 싶었지만 내심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M사 재직 시절 이야기를 좀 해보죠. 어떤 회사였나요? 무슨 일을 하셨죠?"

이력서상에서 내 첫번째 회사였다. 그 전에 6개월 정도 인턴으로 일한 회사가 있지만 망해버린 스타트업이라 굳이 적질 않았다. 그에 비하면 M사는 지금까지도 잘 버티고 있다. 종종 소셜 미디어로 소식을 접하는데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내게 좋은 자양분이 됐다.

"일종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실현하는 팀이에요. 창작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굿즈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죠."

나는 잘 아는 회사와 서비스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살짝 흥분하곤 한다. 말을 빨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내가 일했던 회사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잘 전달 됐길 바랐다. 어디든 그렇게 일할 사람이란 걸 알아주길 기대했다.

"그렇군요. 저도 이전에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죠."

추억을 회상하듯 시선을 창가로 던지며 말을 이었다. 면접관은 자신도 비슷한 일을 했다며 경험을 나눴다. 덕분에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을 했으며 왜 그 회사를 떠나 다음 회사로 옮겼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자리에 앉게 됐는지까지.


"흥미롭네요."

이력서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듣던 대로 장단점이 분명하신 거 같습니다."

이토록 직설적인 면접관이 있었나. 단점을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니 직설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가 싶다가도 이 정도면 불합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점이 아쉬우셨을까요?"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물었다. 눈을 지그시 감는가 싶더니 두 손으로 이력서를 다시 집어 들며 말했다.

"기대만큼 뾰족하지 못하다는 점이랄까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단점이었다. 제너럴리스트로 쌓아 온 내 커리어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단점을 상쇄할만한 장점으로 어필하면 된다.

"맞습니다. 저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당차게 단점을 인정하는 모습에 면접관의 눈이 살짝 커진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전문성을 강화하고 깊이 있는, 뾰족한 역량을 갖춰나갈 기회가 F사에 있다고 생각해 지원한 것입니다."

면접관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는 걸 느꼈다. 의아한 표정이었다. 조금 더 말을 보탰다.

"제 장점은 F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력서에 있는 경험을 몇 가지 언급하며 어떤 점이 도움이 될지 설명을 마쳤다. 면접관은 아까처럼 시선을 창가로 던진 채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 시간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면접 결과는 메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인사 담당자의 안내를 받고 밖으로 나왔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긴장한 탓에 허리가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결과가 어찌 됐건 최선을 다한 면접이었다.